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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수육과 탕추리찌(糖醋里脊) 구라오로(古老肉) 꿔바오로(鍋巴肉) 대만 중국 음식들

중국 음식점이 청요리집으로도 불리던 시절, 누가 졸업한다던가 하는 집안에 좋은 일이 있거나 하면 식구들이 몰려 가던 청요리집에서 짜장면과 물만두에 함께 시키던 탕수육 한 그릇은 환상의 음식이었습니다.

2월 중순의 차갑게 푸른 하늘 아래를 걸어서 중국 건국의 영웅이라는 손문 사진이 걸린 청요리집에 가면 나이 지긋한 화교 요리사가 국수를 뽑아내느라 쳐대는 둔탁한 소리와 기름에 튀겨지는 음식들의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 접시에 담겨져 나온 음식들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튀김 옷의 바삭거리는 느낌, 튀김 옷과 돼지고기가 머금은 지방, 그리고 튀김 위에 끼얹거나 튀김을 찍어 먹던 달착지근한 소스 속 당분이 입안에서 삼중주가 되어 맛의 하모니를 이루어내면 이 세상에 그보다 맛있는 음식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때까지 지방 도시의 변두리에는 서울에서 인기 있다는 예쁜 병에 담긴 서울 우유도 오지 않았고 서울의 멋쟁이 꼬마 아이가 신문에서 광고하던 초콜릿이나 양과자 집에서 만들어 입에 넣으면 스르륵하고 부서진다는 파운드 케이크와 마들레느 따위는 알 수도 없는 음식이었으니까요.

물론 미군 부대 근처에 살던 아이들은 미군이 주던 초콜릿이나 캔디들을 알고 있었고 지방도시라도 좀 먹고 살만한 사람들은 도깨비시장에서 퍼모스트 아이스크림을 사서 아이들에게 먹여 줄 수 있었지만 그런 것은 극히 일부의 이야기였고요.

 

그런 추억 속의 음식이면서 지금도 사랑 받는 탕수육이 사실 중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음식이라는 것에서부터 이 이야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중국에는 탕수육이 없다?

 

중국 어디를 가더라도 탕수육이라는 요리는 메뉴에 없습니다.

 

그 비슷한 요리라면 돼지 고기 튀김에 달착지근한 소스를 끼얹은 탕추리찌 (탕초리척)이라든지 구라오로(고로육) 그리고 최근에 한국에서도 제법 인기가 있는 궈빠오로(과파육)이 있습니다.

 

탕추리찌(탕초리척 糖醋里脊)에서 리찌(리척)은 등심부위를 말하고 이 요리는 비계살이 거의 없는 등심을 길게 듬성듬성 썰어서 녹말을 입힌 다음 다시 밀가루 옷을 입혀 튀겨낸 것으로 튀김옷을 특히 강조하는 요리로 주로 북경과 산동지방에서 만들던 음식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탕수육과 다를 것이 무엇이냐 하겠지만 탕수육과 탕추리찌라는 이름이 틀리고 탕수육에는 등심보다는 비계살이 좀 있는 잡육 부위를 쓴다는 점이 다른 점입니다.

 

구라오로(고로육 古老肉)은 홍콩 등지의 광동지방에서 만드는 요리로 등심부위를 쓰기는 하는데 고기는 좀 두텁게 썰고 튀김옷은 얇거나 거의 없다시피하고 소스에는 케첩을 넣기도 하고 과일과 야채를 많이 넣습니다.

우리나라의 탕수육 소스에 케첩을 넣는다든지 파인애플을 넣는 경우는 이 홍콩 음식의 영향을 받은 듯 합니다.

 

꿔바오로 (과파육鍋巴肉)는 조선족도 많이 사는 동북삼성에서 만들던 요리로 고기를 넓고 얇게 썰며 튀김 옷도 얇은 형태인데 북방 음식답게 바삭거리는 느낌이 강한 음식입니다.
꿔바오로는 먹어 본적이 없는 음식이라 사진이 없네요.

 

중국에서 한국식 탕수육은 탕소육(糖酥肉)이라고 표기한다는데

우리나라 탕수육에 쓰는 돼지고기는 등심이 아니라 잡육이었기 때문에 등심 탕수육인 탕초리척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았다고 하네요.

 

이와 비슷한 대만이나 복건 지역의 음식중에 하나는 숙염리척(叔塩里脊)이라고 해서 튀김옷을 입힌 돼지 등심 고기를 강하게 튀겨내어 후추와 소금을 뿌려서 내놓는 음식입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잘 팔리지만 중국문화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요리가 쇠고기로 만든 쇠고기 탕수육인데 이것은 중국에서는 쇠고기 요리가 많이 발전하지 않았고 또 복건이나 대만 등지에서는 소를 식구로 생각해서 거의 먹지 않던 문화적 풍습도 있었고 중국 남방에는 주로 물소가 많았는데 물소의 고기는 이런 종류의 음식으로 먹기에는 고기가 너무 질겼다는 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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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늄늄시아 2012/02/10 10:21 #

    원로요리사분들은 등심부위를 고집하시던데 이유가 다 있었군요 'ㅅ' 확실히 등심으로 만든 탕수리찌가 더 맛있더라구요.
  • 푸른별출장자 2012/02/10 20:53 #

    고기가 좋은데 맛이 못하면 안되겠지요.
    더구나 한국에선 탕수육 가격이 자꾸 떨어지니 고기 질이 더 나빠지고...
    추억속의 그 맛있고 귀하던 음식이 싸구려로 전락하는 것 같아서 싫네요.

  • 애쉬 2012/02/10 11:31 #

    헷갈리던 탕수육, 고로육, 과포육을 이렇게 정리해주셨군요^^
    게다가 탕츄리찌까지 알게 되었네요...이것이 제일 탕수육과 가깝네요
    튀김옷의 형태와 재료를 써는 모양 그리고 즐기는 지역이 다르군요^^
    유익한 포스팅이였습니다.

    숙염리척은 ....우리나라 옛 화상(華商) 중화요리점에서나 판다는(요즘은 어쩐지 증식한 듯하지만) '뎀뿌라'라는 요리에 가깝네요 '고기튀김'으로 한글화 해서 쓰는 곳도 보이네요
    (일본을 통해서 들어온걸까요?)

    꾸라로오(고로육古老肉)는 나이 지긋하신 주사(쉐프^^)께서 만드신 요리라서 일까요? 이름에 뭔가 연유가 있을 듯합니다. 우리나라 탕수육이 맑간 당분 소스에서 케첩과 파인애플 과일칵테일이 들어가게 된 것이 꾸라로의 영향이라고 하더군요(탕수육 올드팬들 어르신들은 눈쌀을 찌뿌리시지만^^;;) 이것도 일본에서도 유행한 것 같습니다.

    간단하고 이렇게 사랑을 받는 요리가 미슷헤리 한 부분이 많으니 신비롭습니다.^^
    탕수육 로드....이것도 음식 다큐 하나 찍을 꺼리는 충분하죠? ㅎㅎㅎ
  • 푸른별출장자 2012/02/10 20:56 #

    세월이 가면...

    맛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사랑도 변하고... 그런 것이죠. 뭐...

    기원전 몇천년전에 중국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돼지를 가축화 했으니
    요리가 좀 많고 지역마다 영향을 주고 받지 않았겠습니까?
  • 레드피쉬 2012/02/10 20:45 #

    등심부위로 만들면 확실히 더 맛있겠지요?^^

    오늘도 덕분에 내공을 조금 쌓고 갑니다ㅎㅎㅎ
  • 푸른별출장자 2012/02/10 20:54 #

    재미로 알아두고 외국 다닐때 메뉴 고르는데 활용하시면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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