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추억의 빵 – 팥 도넛 Dangerous한 단 것들

지금은 시장의 싼 과자 집이나 학교 앞의 분식집 아니면 도넛 전문점에 가야 살 수 있는 도넛은 예전에는 제과점 진열장에서도 찾기가 쉬웠는데 그 때의 도넛들은 일본식의 팥소가 든 팥 도넛이거나 가운데 구멍이 나 있고 설탕에 굴린 둥근 도넛 그것도 아니면 꽈배기 모양으로 생긴 것으로 세가지 다 약간은 쫄깃하다거나 질긴 느낌이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도넛 중에서도 추억의 팥 도넛입니다.


탄수화물에 단 맛을 더해 기름에 튀긴 것은 맛없을 수가 없는 음식이었고 70년대 이전까지는 단 음식이란 사치스러운 것으로 일반 가정에서는 쉽게 먹을 수 없는 것이었는데 기름에 튀겨내 고소하고 기름진 맛에 단 맛을 더했으니 도넛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않을 수가 없어서 학교 앞 분식집이나 동네 제과점 거리의 노점상에서 인기 메뉴로 팔렸습니다.



지금도 풍기와 영주에 있는 정도너츠나 당진 두산리의 즉석 도너츠 같은 곳에서 만드는 옛날 도넛들은 인기가 좋다고 하죠.

그러다가 70년대 초 중반에는 그 동안 미군 PX에서 암시장으로 흘러 나와 일부 사람들만 쓰던 인스턴트 도넛 분말을 대치하기 위해 제분회사들이 인스턴트 도넛 믹스를 만들어 보급했고 신문물에 목말랐던 많은 집들은 그것을 사서 기름에 튀겨 도넛을 먹었습니다.

그 당시 미국에서 콩 수입을 많이 하면서 콩으로 기름을 만드는 회사들이 생겨 콩기름 가격이 급격히 싸졌던 덕도 있고요.
콩기름을 만드는 방법은 콩에 핵산 용매를 첨가해 기름 성분을 추출해 내는 식인데 일제 시대 말에 콩기름 제조법은 한국에도 전해졌지만 콩 생산이 기름을 짤 만큼 그리 많지 않았으며 해방 직후에는 만주에서 면화씨(면화 열매의 씨로 면화 솜을 켜고 나면 부산물로 남았습니다)를 수입해서 기름을 짜내 썼습니다만 이 역시 가격이 싼 편이 아니었고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그 수입 길은 끊어진 대신 미국에서 면실유를 많이 수입했다고 합니다.

당시 서해와 남해의 어선들 중에는 중국까지 가서 면실이나 면실유를 밀수하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며 또 그렇게 중국에서 밀수선이 뜨면 또 그것을 약탈하던 해적선들도 서해안에는 많았다고 합니다. (집안 어른 경험담)


해적은 남의 물건 뺐어 가는 나쁜 사람들이에요
우리 바다를 지키는 해군은 해적이 아니에요.
비록 해군 출신도 아니고 바다의 왕자도 못되지만 바다의 아들이나 조카쯤 아니면 손자쯤 되는 입장에서 해군을 해적이라고 한 사람을 보니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70년대 들어 저렴한 콩기름과 인스턴트 도넛가루의 보급으로 가정에서도 도넛을 많이 만들어 먹었는데 이 도넛은 그 동안 먹던 도넛과 달리 밀가루에 유지성분이 제법 들어간 미국식에 가까운 도넛으로 이 때부터 사람들의 입맛도 옛날식의 일본 스타일 도넛보다 미국식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제과점에서도 일본식의 도넛보다 미국식 도넛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때까지 제과점이나 분식가게들이 내어놓던 도넛은 튀겼다는 점이 다를 뿐 씹는 느낌에서 발효 빵과 차이점을 찾기 힘든 것이었는데 이것은 미국식 도넛과 달리 반죽에 유지 성분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다가 미국식 도넛과 일본식 도넛 체인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오랫동안 친숙하던 그 옛날식 도넛은 일반 제과점의 진열대에서 거의 사라져 버려 동네 분식점에서 튀겨 파는 식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람들의 식생활이 점점 서구화되고 고급화되면서 질기고 거친 느낌의 음식들보다는 부드러운 음식들을 선호하면서 옛날 도넛들도 세월에 빛 바래 찢겨져 가는 포스터처럼 (시인 신동집 님의 ‘포스터속의 비둘기’라는 시에서 그 느낌을 빌려 봤습니다) 그렇게 잊혀져 가고 그리고는 사라지겠지요.


재미 있는 점 하나는 한국에서는 찾아 보기 힘들게 된 음식들을 일본이나 대만에서는 아직도 쉽게 볼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기야 일본 동경 시내 중심지인 시부야의 대로변에서도 기름과 얼음을 파는 작은 상점들도 보이긴 하더군요.


그래서 일본이나 대만의 제법 번듯한 제과점에서도 옛날식 도넛을 찾아 볼 수가 있습니다.


물론 일본의 경우에는 신사나 절 앞 상점가나 시장에서 도넛보다 역사가 더 오래된 튀김 만쥬를 만들어 팔고 있고 또 잘 팔린다고 하는데 이 튀김 만쥬는 일본식의 팥 도넛보다 단맛은 약하고 씹는 느낌은 거친 편입니다만 대를 이어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아사쿠사 센소지 근처에서 튀김 만쥬의 일종인 아게만쥬를 만드는 집은 여러 맛집 정보에도 등록될 정도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대만에서 고명을 알 수 없는 음식에서도 팥이 든 도넛이나 수빙들은 대체로 위에 검은 깨를 뿌려 놓으니 그 것으로 팥이 든 음식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은 작은 활용 팁이 될 수 있겠지요.


 

추억의 빵과 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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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만 130년 - 긴자의 기무라야

 

나가사키 카스텔라 - 스기타니 혼포

 

추억의 빵 - 소보로 빵 Streusel Bread

 

추억의 빵 - 소라빵 Corne Bread

 

추억의 빵 - 밤을 닮은 화과자 밤만주

 

추억의 빵 - 고구마와 고구마빵

 

추억의 빵 - 코로케(korokke) 그리고 크로켓(Croqu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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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밤비뫄뫄 2012/03/11 04:23 #

    그러고보니 옛날식 도넛과 요즘 프랜차이즈 도넛들이 아주 다르네요. 근데 팥 들어간 도넛은 지금도 고급 군것질에 속하지 않나요? 맛도 더 좋구요. 한국 재래식시장에 가면 재래음식중에 맛있는 먹거리가 많아서 깜짝 놀랍니다.
  • 푸른별출장자 2012/03/11 17:11 #

    좀 많이 다르죠.
    옛날 도넛들은 일본에서 튜닝한 것이라 미국식 도넛과 반죽부터 달랐다고 합니다.
    재래식 시장에서 맛있는 것이 많은 것은 추억의 맛 혹은 유전자가 기억하는 맛일 수 있습니다.
  • 찬별 2012/03/11 05:04 #

    우리집은 팥도너쓰 & 꽈배기 매우 좋아해서 자주 사먹는데요, 제과점에서도 나오기는 하지만 맛이 없는 편이고, 트럭장사가 두세 팀이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동네에 오고 있어요.
  • 푸른별출장자 2012/03/11 17:12 #

    기름이 참 중요한데 어떤 곳에선 입에서 기름이 맴돌더군요.
    보나 마나 쇼트닝 기름으로 튀겼고 온도 조절이 잘 안되었을 듯 한...
  • 밤비뫄뫄 2012/03/11 17:25 #

    실례지만 그런경우, 팥도너스 가격이 얼마나 되나요?
    얼마나 잘 팔리면 트럭으로 팔까요...먹고싶당..
  • 찬별 2012/03/11 19:29 #

    트럭장사네는 정말 좋아하는 맛인데요, 파는 아저씨는 가루지기를 닮았는데 ^^;;; 저도 늘, 하나에 오백원짜리 저 도너쓰를 몇 개나 팔기에 저걸로 생계 유지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der Gaertner 2012/03/11 11:13 #

    아, 아무리 예전에 비해 빛이 좀 바랬다고는 해도 기름에 튀긴 도우넛 종류는 최강자 아닌가요.
    특히 팥이라면 그 무엇이라도 좋아하시는 아버지 때문에 팥도우넛을 앞에 두면 약해집니다.
    1주일 전, 굉장히 오랜만에 민속장에 가봤었는데 그곳에서 즉석에서 튀겨 파는 그 도우넛들을 못 먹어본 것이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밟히고 있습니다 ^^;
  • 푸른별출장자 2012/03/11 17:13 #

    저도 팥이 들어간 것이라면 사족을 못...

    팥빵부터 단팥죽까지 팥 매니아...
  • 늄늄시아 2012/03/11 11:40 #

    밀수선 터는 해적이라니... 그게 우리나라에도 있었다니, 신비롭네요

    금방 튀긴 도넛은 정말 유혹 그 자체이지요 'ㅅ'
  • 푸른별출장자 2012/03/11 17:14 #

    해방 전후해서 육이오까지 별별 일이 다 많았죠.
    격동기였으니까요.

    전쟁 터지니까 집안이 갈라선 곳도 꽤 많아요.
    특히 좀 배운 집은 사회주의 파와 민족주의 우파 계열로 갈라져서
    형제간에 총부리를 겨눈 듯한 상황까지도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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