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의 세상에서 숙성 치즈의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숙성 치즈의 종류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손꼽는 것을 들자면 하나는 지금처럼 인구도 많지 않고 교통도 불편하던 시절에 목동들이 마을과 한참 떨어진 곳까지 염소나 양을 몰고 가서 며칠 내지 몇 주일 혹은 더 오랜 기간을 지내야 하는데 그 동안 생산된 젖을 보관하는 방법으로 찾아낸 것이 치즈로 만드는 것이었고 또 다른 이유로는 유목민족의 경우도 목초지를 찾아 다니는 동안에 생산되는 젖을 치즈와 버터로 만들어 날씨가 나쁘거나 이동 중에 식량으로 쓰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유목민족들이 정착은 했지만 겨울이라는 계절 동안 먹을 식량을 만들어 두기 위해 개발한 것이 숙성 치즈라고 합니다.
이런 숙성 치즈들 중에서도 많이 알려진 종류는 Brie 와 까망베르 Camembert 가 될 것인데 이 두 종류의 치즈는 거의 비슷한 모양새와 맛으로 구분하기도 쉽지 않지만 브리 가 까망베르보다 냄새와 맛에서 조금 더 순한 편이고 지방 성분은 좀 더 많다고 합니다.
사진은 Brie Le Rustique 의 수제 치즈로 제법 큰 피자 판만 한 것에서 조각을 잘라낸 것입니다.
유명한 음식에 흔히 따라 붙는 전설에 따르면 까망베르 치즈는 프랑스 혁명 기간 동안 파리에서 가까운 세 데파르트망 지역에 있던 수도원의 사제들이 종교 탄압을 피해 노르망디 지역으로 피신했다가 도움을 준 우유 짜는 하녀에게 브리 치즈의 제조법을 가르쳐 주면서 탄생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그때로부터 1세기 정도 전에 이미 까망베르 치즈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고 하니 역사가 긴 브리 치즈가 후발 경쟁 치즈인 까망베르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만들어진 이야기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래 브리 치즈는 파리에서 가까운 샹파뉴 지방에서 만드는 것이고 까망베르 치즈는 노르망디 지역에서 만들던 것이지만 지금은 그런 지역적 구분이 별로 지켜지지 않는 듯 합니다.
단 AOC에 의해 브리 드 모 (Brie De Meaux)라는 이름은 세 데파르트망 지역에 속한 센-에 마른, 뫼즈, 루아레 지방에서 생산한 브리 치즈에만 쓸 수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까망베르 페르미에 역시 노르망디 지역에서 만든 까말베르에만 붙일 수 있는 이름입니다.
두 종류 다 살균하지 않은 우유로 만들고 한달 정도에 걸쳐 껍질 부분에 하얀 곰팡이를 피워서 숙성을 시키며 제조하는 곳에 따라 껍질을 두껍게 혹은 얇게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 이렇게 숙성이 끝난 치즈들은 꽤 긴 보존 기간을 가지게 됩니다.
이 껍질 부분은 기호에 따라 먹어도 좋고 껍질을 제거한 뒤 부드러운 부분만 먹어도 좋은데 그것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른 것이라 어느 것이 정식이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 이외에도 많은 지역에서 브리와 까망베르를 만들고 있으며 특히 프랑스에서 생산하는 것들은 나름대로 품질을 유지하고 개성을 가진 것들입니다.
사진은 Brie Pere Toinou 로 수출용으로 만들어져서 작은 캔에 담겨 있는 Brie 치즈입니다.
보존 기간이 꽤 길고 저렴한 편이지만 부드러운 브리 치즈의 맛을 담고 있어서 고맙다는 느낌까지 들게 하는 치즈입니다.
어느 음식이나 마찬가지로 유효 기간이 끝나갈 때쯤엔 맛이 약간씩 바뀌는데 이들 숙성 치즈도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오래 보관하면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변화는 과정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날 수도 있고 쓴 맛이 올라 올 수도 있으므로 가급적이면 가장 맛이 좋을 때 빨리 드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덧글
그 박력 넘치는 냄새가 캐리어 안을 채웠을 텐데 같이 넣어 뒀던 의류라든지 물건들에 냄새 배지 않았던가요?
개인적으론 브리와 까멩베르의 흰 곰팡이가 먹을 때 제일 거부감이 없는 것 같네요^^
껍질의 질겅질겅한 식감도 참 좋습니다.
쓴맛이 올라올 때가 있는데 상미기간이 지났을 때 일어나는 변화로군요^^
오늘도 맛있는 포스팅 잘 보고갑니다.^^
껍질이 그게 참 난감하죠... 먹기도 그렇고 벗기기도 그렇고...
저는 그래서 껍질 두께 봐가면서 너무 두꺼우면 벗기고 먹거나
과일이나 빵과 같이 먹을 때에는 껍질채 먹습니다.
치즈의 왕이란 이름의 에멘탈을 먹어보고 생각과 달리 무지 썼던 기억이 나요^^
스위스 사람들이 겨울을 나기위해 치즈를 만들어 저장하고(풀이 많은 계절에 젖이 많이 나온데요) 그걸 처마끝에 매달아 부를 과시했다던 소박한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보통 가을이 되어 먹일게 줄어들면 잡아서 육가공을 하는게 몽골도 유럽 평야지역도 일반적인데 스위스는 육가공이 그리 이름이 높지 않은 것이 다른 이유가 있나 싶을정도입니다. 공업화 산업화 자동화 되지 않으면 젖으로 먹고 사는 일도 비폭력적인 식생활인 것 같습니다^^ 미생물의 힘까지 빌린 치즈는 참으로 자연의 혜택이고 인간의 경험과 지혜가 빛나는 먹을거리 같습니다.
브리나 까망베르 치즈의 보존기한이 어느정도 되나요?
통조림은 뭐 보존 기간이 아예 적혀 있으니 그대로 드시면 되고
실온에서는 며칠 못가더라고요.
알루미늄 캔이 치즈 컨셉이랑 좀 맞지 않아서 종이상자에 넣어서 진열됩니다.
종이상자를 고르세요^^
사실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는 치즈라서 맛보고 나면 오래 보관할 이유가 없는 치즈이긴 하지만요.
이때 통조림 두껑을 열듯이 치즈 윗부분의 흰 곰팡이 닥딱한 부분을 오려내고 파이 도우에 넣고 싸야 합니다.
말나온 김에 주말에 한번 요리해야겠습니다 ^^
자세하게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브리는 그렇게 먹기에는 너무 아깝더라고요.
맛있으시죠?
그 담으로 고맙고 신기한건 러시아산 연어 캐비어(러시아에선 알집에서 꺼내 소금으로 절여둔 생선알은 모두 캐비어라고 부르네요) 통조림이요^^
검은 빵에(아쉬운대로 통밀이나 곡물맛 강한 빵) 버터 살짝 발라서(기름맛이 딸립니다. 철갑상어 캐비어에 비해서 ㅋㅋㅋ) 올려 먹으면 보드카 안주로 정말 좋아요^^
어떻게 만드나 신기하기도하고 ㅋㅋ 마치 회를 통조림에서 꺼내 먹는 기분이랄까요
당구 좀 치신 분들이 아는 쓰리 쿠션의 맛이나 껌 좀 씹으신 분들이 아신다는 삥의 맛(? 이건 아니잖아)
보다 더 심오한 세계지요.
저도 하드 치즈들을 먹기는 하지만 아직도 그다지 익숙하지 않네요.
특히 파니니에 들어갔을 때요! 구운가지와도 어울리고, 사과와도 잘 어울려서 놀랐네요 ㅎㅎ
특히 좀 맛이 강한 호밀빵이나 사워도우에 양파를 볶아서 넣을 때는 맛이 강한 하드 치즈나 블루 치즈를 넣어야 제 맛이 나더라고요.
브리나 코티지 같은 경우에는 다른 재료에 맛이 눌려 버리더군요.
사시는 곳이 대구라면 제가 가서 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