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박 이야기 _ Lagenaria, Calabash, bottle gourd 야채들

흥부전에 보면 제비가 물어다 준 씨앗이 자라 박이 열리고 박을 타니온갖 재물이 나오고 마음씨나쁜 놀부가 심은 박에서는 도깨비가 나와 혼을 내 준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왜 박일까요?

 

박은 인도와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박과의 식물에 생기는 열매로 삼국시대에 한반도에서는 이미 박을 심어 먹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박을 3 종류로나누어

호리병 모양의 박 종류는 껍질이 굳어질 때까지 두었다가 속을 파내어호리병으로 쓰거나 작은 바가지로 만들어 썼고

덩치가 아주 큰 박 종류는 쓴 맛이 강해서 역시 껍데기가 굳어지면바가지를 만들거나 수박을 접붙이는 용도로 많이 썼으며

적당한 크기의 열매가 맺는 종류는 열매가 맺어 껍질이 굳어지지 않은약 한달 정도 자란 박을 이용해 나물로 만들어 먹거나 박고지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리고 조선 시대나 새마을 운동으로 짚으로 지붕을 만들었던 초가집이없어지기 전에는 박을 많이 심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은 한국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보기가 힘든 그런 열매가 되었습니다.


예전에 박이 얼마나 일반적이었으면 박꽃 같은 누이라든지 하는 문학적 표현도 많았고


이 박꽃같은 누이라는 표현속에는 하얀 옷을 입었던 이 땅의 누이들과 박과 식물중에서는 드물게 하얀 꽃이 피는 박이 그렇게 어울렸던 모양입니다. 

 

경남 사람들이나 동해 남부지역의 사람들은 여전히 박을 이용해 나물을만들어 먹고 있으며 통영이나 안동의 제사상에는 빠질 수 없는 재료이기도 합니다.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동해 남부 지역에서는 박을 많이 키워서 박고지를 만들어 일본으로 많이 수출했습니다.

 

박고지는 일본의 초밥에서 빠질 수 없는 간뾰마키 干瓢 의 재료로 속에 넣습니다.

 

지금은 박보다 오히려 박보다 훨씬 뒤에 이 땅에 전해진 남미가 원산지인호박 종류들이 더 많이 쓰이고 있어서 대구만 하더라도 시장에 가보면 애호박부터 이태리 애호박인 주키니, 단호박과늙은 호박들은 슈퍼마켓이나 시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박은 보기 쉽지 않습니다.

제가 서울에 살던 때에는 박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통영 사람들은 박을 길게 채로 썰지 않고 가로로 넓게 썰어서 조갯살을넣어 끓인 나물을 즐겨 먹으며 제사를 지낼 때 꼭 제사상에 올립니다.

 

제가 만들어 본 박 나물

 

제사상에 올린 통영식 나물 그릇에 담긴 박나물

 

그리고 제사가 끝난 다음에는 이렇게 나물들을 그릇에 덜어 밥을 비벼먹습니다.


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다 문득 박이 떠올랐고 대만에는 박이 일년 내내 흔하니 내일은 시장에 가서 박하고 바지락을 사서 박나물이나 만들어 보아야 하겠습니다.   


덧글

  • 늄늄시아 2016/07/26 19:32 #

    어렸을적에 '먹을수 있는건가?'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어요. 수프재료로 쓰면 괜찮으려나요? 동과수프처럼요.
  • 푸른별출장자 2016/07/26 22:23 #

    된장에 넣고 오랫동안 끓여봐도 안 풀어지던 것으로 봐서 팩틴이 많은 것 같던데 수프로 만들어 질까요?

    먹을 수 있는 종류가 따로 있고 경남 사람들은 참 좋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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